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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시나리오: 파트 3 (저자: 오건영)

by CherryTom 2024. 1. 31.

부의 시나리오

빚이 많을 때, 경기를 부양하는 법

 점차 안 좋아지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가장 먼저 사용하는 방법은 금리를 인하하는 방법입니다. 금리를 인하한다는 것은 시중에 돈을 많이 융통시킨다는 의미와 동일합니다. 여기서 금리란 시중은행의 금리가 아니고 중앙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입니다. 

 기준금리의 뜻에 대해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기준금리는 중앙은행이 유지하고자 하는 금리의 가이드라인입니다. 금리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서 정해집니다. 간단히 설명해서 시중은행의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아지면 한국은행으로 돈이 몰리기 때문에 시중에 돈이 부족해져 금리가 올라가고 반대로 시중은행의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높은 상황에서는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기 때문에 금리가 낮아집니다. 이런 방식으로 한국은행은 자신이 정한 가이드라인에 맞춰 금리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즉 기준금리는 시중금리와는 다르게 중앙은행의 의도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금리입니다.

 

 한국은행은 돈을 찍어낼 때 7일짜리 초단기 채권을 사들이면서 돈을 만드는데, 이에 따라 돈을 생산해 내면 일시적으로 시중에 돈이 많아져 초단기 채권 금리가 낮아지게 됩니다. 그리고 유동성의 증가는 장기 채권 금리에도 영향을 미쳐 전체 금리가 낮아지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초단기 채권금리 인하를 통해 장기 금리가 인하된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대출하거나 투자할 때, 우리는 초단기로 자금을 빌리는 게 아니고 짧게는 1년의 상대적으로 장기 채권에 투자가 가능합니다. 즉 장기 채권 금리가 낮아져야 시중에 유동성이 공급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코로나 19에서는 초단기 금리를 아무리 내려도 장기 채권 금리가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바로 회색 코뿔소, 대량의 빚 때문이었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고 빚도 굉장히 많은 상태이니, 아무리 돈이 많아도 시중은행에서의 대출이 충분히 늘지 않았던 것입니다.

 

양적완화와 질적완화

 이처럼 기존 금리 인하 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책이 먹히지 않으니 중앙은행은 다른 해결책을 내놓습니다. 결국 경기 부양을 위한 중요한 포인트는 장기 금리를 내리는 것인데, 이를 위해 직접 시장으로 나가서 자금공급을 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서 시중의 장기 국채를 사들인 것을 양적 완화라고 합니다. 앞서 돈을 생산하기 위해 7일짜리 초단기 단기 국채를 사들임과 동시에 장기 국채도 사들이니, 장단기 국채금리는 감소하면서 시중에 돈이 풀리게 되는 효과가 바로 나타나게 됩니다. 

 

 여기서 확인해야 할 점은 국채의 경우, 장기로 갈수록 리스크가 커지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기존에 중앙은행은 초단기 국채만 매수하는 방법을 사용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방법이 더 이상 실물경제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동안 사들이지 않았던 장기국채를 사들이게 된 것입니다. 이 것만으로도 충준치 않다고 생각했던지 코로나 19 사태에서는 시중의 회사채도 동시에 사들이기 시작합니다. 일반적으로 국가가 보증을 서는 국채보다 회사채는 더 신용도가 떨어지는 자산입니다. 그럼에도 전방위적인 유동성 공급을 위해 중앙은행은 회사채를 사들이게 되고 이를 이른바 질적 완화라고 합니다. 

 

마이너스 금리

 코로나 19 사태를 맞아 중앙은행은 다양한 정책을 기반으로 사태를 수습해 왔습니다. 이중 당연히 금리 인하도 포함이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금리가 이미 0%에 근접한 상황에서는 더 이상 내릴 금리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바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마이너스 금리는 이미 일본 및 유럽 국가에서 도입하고 있는 금리 정책입니다. 여기서 금리는 기준금리를 의미합니다. 마이너스 금리의 효과는 이렇게 나타납니다.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빌려준 돈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합니다. 이렇게 되면 시중은행은 중앙은행 계좌에 돈을 들고 있을수록 손해를 보게 됩니다. 그래서 시중은행이 대출을 늘리게 되고 이에 따라 시중에 현금이 풀리게 되어 경제가 활성화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랬습니다. 현재 경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시중은행은 대출을 보다 신중하게 해주고 있는 상태입니다. 대출하는 양은 크게 늘지 않은 상태에서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따라 중앙은행 계좌에 있는 돈에 대해서 마이너스 손해를 입게 되는 상황입니다.  이때 시중은행은 묘안은 냅니다. 앞서 중앙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양적완화를 진행합니다. 어떤 상품이건 결국 나보다 더 비싸게 사줄 사람이 있다면 손해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장기 국채의 경우가 딱 그런 상품입니다. 장기국채의 금리도 기준금리에 영향을 받아서 마이너스 금리로 국채를 사면 손해를 보지만 여기서는 이 국채를 중앙정부가 더 비싸게 사줄 것이 확실합니다. 즉 시중은행은 장기 국채를 매입함으로써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손해를 피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마이너스 금리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돈이 필요한 곳으로 가지 않고 장기국채 쪽으로 흘러들어 간 것입니다. 결국, 마이너스 금리에 의한 경기 부양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또하나의 문제는 은행의 수익성이 안 좋아졌다는 것입니다. 은행의 주요 수입원은 장단기 금리차에 의한 이자인데, 마이너스 금리 상황에서 장단기 대출금리가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은행은 오히려 대출을 더 줄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코로나 19 사태 때 미국의 기준금리는 0% 수준까지 내려왔으나,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하지는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