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만한 인플레이션
코로나 19 상황을 되짚어 보면 이렇습니다. 미국 중앙정부 (FED)의 즉각적이 대처로 인해 시중에 현금이 대량으로 풀린 상태이고, 금리도 낮출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낮아져 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아직 금융위기의 여파가 남아있어 빚도 많은 상태입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디플레이션입니다. 시중의 다량으로 풀린 현금은 필연적으로 물가상승을 야기하게 되는데 여기에 경기 침체 상황이 더해지게 되면 심각한 스테그플레이션을 유발하게 됩니다.
그래서 미국 중앙정부는 완만한 인플레이션 유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게 됩니다.
먼저, 대칭적 물가목표라는 개념을 도입합니다. FED의 역할은 금리를 목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인데, 과거 현재의 금리가 기준 금리 이상으로 올라갈 때, 적극적인 지원대책을 적용했던 것과 유사하게 현재의 금리가 기준 금리 이하로 떨어질 때도 동일한 태도로 지원을 이어나가겠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평균 물가목표제의 도입입니다. 이는 과거의 금리 목표 달성상황에 대한 부분을 현재 금리 목표에 반영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예를 들어 과거 3년간의 금리가 목표한 금리보다 작게 되면 이후 금리는 현재 관리 기준에 과거 미달한 양만큼을 더해 관리 목표기준을 넘어가는 인플레이션 상황을 허용하겠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고압경제의 적용입니다.
위와 같이 인플레이션을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여도, 물가 상승을 통한 인플레이션 유지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미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인해 대규모 부채에 의한 심각한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코로나 19 사태를 직면했던 것입니다. 중국의 경우, 국영 기업 지원에 따라 대규모의 좀비 기업이 양산되었고, 이들 기업은 저가 물량공새로 시장을 교란하였습니다. 또 금융위기로 인해 기업, 개인에게 부과된 과도한 부채는 각 계층의 소비력을 감소시켜 소비시장 자체가 작아져서 물가도 오르기 힘든 구조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FED는 양적완화, 질적완화, 초저금리 유지와 같은 경기 부양책과 더불어 경기 과열을 의도적으로 발생시켜 경제를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상황으로 강력하게 변환시키려 하는데 이게 바로 고압경제의 의미입니다. 경기를 과열시키면 화폐가치가 심하게 훼손될 수도 있지만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벗어나는 게 최우선이기 때문에 화폐가지 안정을 위한 목표를 일단 뒤로 젖혀두고 고용성장과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정책을 실행하는 것입니다.
부의 시나리오
경제의 시나리오를 성장과 물가로 구분을 하면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먼저 고성장, 고물가 시나리오입니다. 이 구간은 한국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했던 1980년대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때는 경제 성장에 따라 물가가 급속도로 증가했던 시기로 은행에 돈만 넣어놔도 물가상승률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는 성장이 지속되기 때문에 채권보다는 주식이 더 좋은 투자처며, 돈의 가치하락이 지속되므로 금과 같은 원자재들이 강세를 보입니다.
다음은 저성장, 고물가 시나리오입니다. 경제 성장은 더딘데, 석유가격인상 등에 의해 물가가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구매력은 동일한데 물가만 높아지니 구매력 저하와 함께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게 됩니다. 이 시기에도 채권은 좋은 투자처가 아닙니다. 채권금리가 돈의 가치하락에 의한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선 시나리오와 같이 금과 같은 원자재는 가격이 많이 오르게 됩니다.
다음은 고성장, 저물가 시나리오입니다. 물가는 오르지 않는데 경제 성장은 지속돼서 소득이 증가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주식이 가장 좋은 투자처입니다. 이 시나리오에서 2016년 코스피의 경우, 박스권을 뚫고 2600포인트까지 올라가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채권시장 경우에는 앞선 고물가 시나리오처럼 시장 자체가 무너지는 경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금이나 원자재는 앞선 고물가 시나리오와 같이 좋은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성장, 저물가 시나리오입니다.
코로나 19 시기가 딱 이러한 상황입니다. 지난 금융위기 사태로 발생한 대규모의 빚이 기업의 투자와 경제 성장을 방해하지만 양적완화를 함에도 다양한 요인들 (기술의 발전, 중국 좀비기업의 저가 공세, 소비시장의 축소)에 의해 저물가가 유지되는 상황입니다. 바로 책에서 자주 다뤘던 디플레이션이 유발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 시기는 성장이 정체된 만큼 주식시장은 힘겨운 모습을 보입니다. 물가는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부양을 통해 풀린 돈은 금리를 낮추고 이로 인해 채권시장은 아주 좋은 투자처가 됩니다. 반면 낮은 물가로 인해 금 및 원자재를 투자하기 에는 안 좋은 시기입니다.
위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코로나 19의 경제 상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막대한 빚과 대내외적인 사건들로 인해 경제는 저성장 저물가 시나리오에 머물렀습니다. 여기서 좀 더 지체가 되면 심각한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FED는 유동성 공급과 함께 디플레이션 억제 정책을 단기간에 강력하게 펼쳤습니다. 인플레이션을 권장하는 고압경제정책을 펼치면서 현재의 경제 상황을 저성장, 저물가 시나리오에서 고성장, 저물가 또는 고성장, 고물가 시나리오로 바꾸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이 책은 코로나 19 사태를 배경으로 하여 미국 중앙은행의 대처와 그 내용을 상세하면서도 아주 쉽게 풀어냅니다.
책 서두에 설명한 금리, 환율 등 기본적인 경제 상식에서부터 블랙스완이나 회색 코뿔소와 같이 간단한 경제 용어들을 설명하면서 자연스럽게 코로나 19 사태에 대해서 다차원적으로 분석합니다.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의 정의, FED의 역할과 목적을 읽다 보면 왜 사람들이 FED의 태도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지, 그리고 이에 대한 한국은행의 대처가 어떻게 돼야만 하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후 FED의 다양한 경기 부양책 등을 읽다가 보면 그 당시 경제 상황이 한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특히 마지막에 제시한 네 가지 경제 시나리오를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앞으로 있을 경제 사황에 대해 발 빠른 대처를 할 수 있는 통찰력을 줍니다.
기회는 항상 옵니다. 코로나 19 사태도 누군가에겐 재앙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기회였습니다. 앞으로 바이러스에 의한 재앙은 5년에 한 번, 심각한 경기 침체는 10년에 한 번씩 온다고 합니다. 아직도 우리에겐 많은 기회들을 접할 충분한 시간이 있습니다.
코로나 19 이후, 4년 정도 지났습니다. 지금 FED는 저성장 저물가 시나리오를 벗어나기 위해, 단행했던 양적완화의 부작용으로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의도적인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성장 고물가의 시나리오에서 물가를 조정하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이 듭니다. 시나리오에 맞게 금가격이 많이 오르고 주식이나 채권 가격은 떨어졌습니다. 여기서 큰 위기가 없다면 고성장 고물가 혹은 고성장 저물가 시나리오로 진행되지 생각됩니다. 아마 의도적인 고금리 상황이 완화되는 시기가 시발점이 될 것이고 그러면 가장 유망한 투자처는 바로 주식일 겁니다.
앞으로 어떤 시나리오로 우리 경제가 나아갈지 예측해 보고 대처하기 위해서 우리는 작가가 제안한 부의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책을 경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이제 자산을 늘려가야 하는 분들에게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경제 상황 속에서 발 빠른 대처로 자산의 자산을 지키고자 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이 글은 책을 읽고 작성한 개인적인 감상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