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6가지 걱정
지하 700m 빛도 없는 그곳에 건장한 남성 33명이 갇혔습니다. 갑작스러운 사고를 겪었음에도 칠레 광부들은 광산에 기 구비되어 있던 비상식량 3일 치를 나눠먹으면서 17일을 버텼습니다. 하지만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17일째 연결된 파이프를 통해 식량 등 긴급 구호 물품이 지급되었지만 그들은 외부로 나가기 위해 4개월의 시간을 추가로 견뎌야 했습니다. 그리고 69일 후, 좁고 어둡고 습한 환경에서 33명이 모두 무사히 구조되었습니다.
이들이 큰 사고를 겪었음에도 큰 혼란 없이 대처를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칠레 광부들의 리더였던 우르수아의 역할이 컸습니다. 우르수아는 매몰 직후 자신들이 바로 구조되기 힘들 것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현실을 바로 직시하고 장기전으로 돌입했습니다. 최초 매몰이 발생한 400m 지점에서 보다 안전한 700m 지점으로 동료들을 이동시켰고 식량 배급을 최대한으로 줄였습니다. 그리고 동료들의 멘털을 관리하고 보다 나은 생활을 하게 하기 위해 대피소 공간을 '침실', '식당', '다목적 공간' , '오락장'으로 나눴습니다. 또 각자 특정한 역할을 맡도록 해서 구조가 완료될 때까지 질서가 지켜질 수 있도록 동료들을 다독였습니다.
미래학자인 저자는 한국인의 6가지 걱정을 서두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 6가지 걱정의 실현됨은 분명 칠레 광부들이 갇혔던 지하 700m의 좁고 어두운 갱도에 갇힌 상황과 다름없습니다. 사고의 인지를 올바르게 하고 빠르게 대처했던 우르수아와 같이 앞으로 닥쳐올 미래에 대처하기 위해서 먼저 이 6가지 내용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확인해 보겠습니다. 물론 이 책이 2010년에 작성된 만큼, 현재 상황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도 함께 말입니다.
첫 번째 걱정: 부동산 버블
저자가 말하는 부동산 버블 붕괴 시나리오는 총 세 단계로 진행됩니다.
먼저 첫 번째 단계는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입니다. 스테그플레이션이란 경기침체 상황에서 가격이 오르는 현상입니다. 2010년에서 2011년 기간 동안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일말의 희망이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시장에서도 부동산 버블붕괴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 받아들여지고 정부도 각종 부양책을 내세워 부동산 가격을 유지시킵니다.
부동산 소유자는 부동산 구입을 위해 끌어당겨 사용한 과도한 빚을 감당하고 있는 상태이지만, 낮은 금리로 인해 버틸 수 있습니다. 부동산을 판매할 때 높은 호가를 유지합니다. 또 실제 구매자는 현재의 가격이 너무 높다고 생각하여 거래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즉 부동산 거래는 없는데, 호가만 높게 유지되는 상태입니다. 가정 내 빚이 많기 때문에 실물경제는 나빠지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돈이 부동산을 유지하는데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 부동산 디플레이션'입니다. 2014년에서 2016년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 단계로 부동산 구입에 사용된 과도한 빚으로 인해 다량의 매물이 나오게 되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단계입니다. 이 시기에 정부는 그동안의 경기 부양책에 많은 돈을 사용했기 때문에 더 이상 지원할 재정적인 능력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부동산 잠재 구매자는 부동산이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부동산 거래에 참여가 미진합니다.
이 단계를 촉발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금리의 증가로 인한 유동성 저하, 인구수 감소로 인한 수요감소, 부동산 대량 공급에 따른 공급 초과 등이 주요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저자는 위의 2014년에서 2016년 이 모든 이유들이 중첩되어 심각한 부동산 디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단계는 부동산에 대한 뉴노멀이 형성되는 단계입니다.
떨어진 부동산 가격이 이제 새로운 가격대를 형성하게 되는 시기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베이비 부머의 은퇴시기입니다. 베이비 부머는 우리나라가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시기에 부를 축적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각종 자산을 불려 갈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들이 40대에 이르기 시작한 시간부터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이들의 은퇴시기가 오면서 부동산 소유에 따른 빚 청산, 자녀 결혼을 위한 목돈, 늘어난 수명에 따른 현금 확보 등 다양한 목적으로 부동산 처분을 시작할 것이고, 이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저자는 예측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걱정: 자산가치의 하락
먼저 시작은 인플레이션입니다. 과거 한국사회는 굳건한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수요견인형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득임금과 함께 물가가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늘어난 유동성만큼 돈의 가치도 빠르게 하락했습니다. 소득이 증가했음에도 실질 소득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이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로 주목해야 할 점은 베이비 부머의 은퇴입니다. 경제 성장을 주도하면 강력한 인플레이션을 만들어냈으며, 한국사회의 굳건한 소비층으로 있었던 그들이 은퇴를 함으로써 한국사회는 고령화사회로, 저성장으로, 소비의 감소로, 디플레이션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예측합니다. 실제 일본의 경우, 1985년 엔화절상 사태를 시발점으로 베이비 부머 세대가 은퇴를 시작한 199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디플레이션을 겪으면서 잃어버린 10년에 빠져버렸습니다. 즉, 경제의 주체가 되는 강력한 수요층이 사라지게 되면서 경제 위기가 닥쳐오면 더 이상 상황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다는 말입니다. 실물자산 측면에서 보자면 베이비 부머들은 더 이상 근로를 통한 추가 소득생산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자신의 자산을 보다 안전한 자산인 국채나 예금성 자산으로 바꾸어 보유하게 될 것이며, 주식이나 부동산 등의 자산가치의 하락은 피할 수 없습니다.
자산가치의 하락은 실물자산뿐이 아닌 실용지식이라는 자산에서도 발생합니다.
모든 사업이 압축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까지 쌓아왔던 실용지식은 3년 정도 지나면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는 예전의 기술이 되어버린다는 말입니다. 결국 새로운 산업에 발맞추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는 말인데, 이는 고급지식을 가진 인력은 부족해지고 유통기한이 지난 지식들만 잔뜩 가진 일반 인력 노동자들의 과잉 현산을 초래하게 됩니다.
※ 이 글은 책을 읽고 작성한 개인적인 감상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