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타인의 이해_파트2 (저자: 말콤 그래드웰)

by CherryTom 2024. 1. 17.

펜타곤을 주무른 여왕

 1990년대 초 쿠바인 수천 명이 피델 카스트로 정권으로부터 빠져나왔습니다. 이들은 각종 잡동사니로 만든 조잡한 배를 타고 145킬로미터 항해를 단행했는데 무려 2만 4천 명이나 도중 사망하였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두고 미국에 살고 있는 쿠바인 망명자들이 '형제 구조단'을 창설하여 수천 명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형제 구조단은 여기에 그 지치 않고 카스트로 정권에 대항하는 전단을 쿠바인들에게 투하하기 시작했고, 1996년 2월 24일 카스트로의 지시에 의해 현제 구조단의 비행기는 격추당하게 됩니다. 국제 공역에서 민간기가 쿠바 군용 전투기에 의해 격추된 이 사건은 사실상 전쟁 행위나 마찬가지였으며 이로 인해 미국 전역이 떠들썩해집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쿠마인이 국제 공역을 비행하는 미국 시민을 대상으로 의도적 공격을 자행했고, 미국의 군 내부자가 정확히 전날에 해당 사건이 발생할 수 있음에 대한 경고를 합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 뉴스 방송에서 그 간부가 의도치 않게 쿠바의 주장을 대변합니다. 이렇게 타이밍이 딱 맞아 들어가려면 아래의 가정이 필요합니다.

 

  형제구조단에 쿠바 내부정보원이 있으며, 쿠바의 의견을 대변케 한 군 내부자와 형제구조단의 내부정보원관의 만남을 주선한 또 다른 스파이가 미국 국방정보국에 있다는 가정입니다.

 바로 그 스파이가 미국과 쿠바 사이의 이중 첩자로 펜타곤을 주무른 여왕, 애나 벨렌 몬테스였습니다. 

 

 그녀는 국방정보국에 들어온 날부터 이미 쿠바의 스파이였습니다.

 그럼 어떻게 그녀는 국방정보국 내에서 엘리트로써 호평을 받으며 승진과 특별한 경력을 쌓는 기간 동안에 쿠바 스파이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을 수 있었을까 생각을 해보면, 사실 그녀는 스파이로서의 자질이 별로 없었습니다. 카마이클과의 면담에서 보면, 비상 상황에서의 그녀의 행동은 이해가 되지 않았으며, 날카로운 질문을 받았을 때 긴장해서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는 과거 쿠바인의 관점에서 편견이 묻어난 글을 기고하기도 했었습니다. 

팀 러바인의 실험

 책에는 흥미로운 실험 하나가 소개가 되어있습니다. 심리학자 팀 러바인이 설계한 실험인데 실험 내용은 이렇습니다.

 먼저 학생을 실험실로 불러들여 상식실험을 합니다. 실험실에는 문제를 출제하는 조교가 있고 문제를 맞히면 상금을 받게 됩니다. 중요한 건 학생을 도와주기 위한 파트너가 한 명씩 배정되고 이 파트너가 사실 팀 러바인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실험 중간에 조교는 문제의 답을 둔 채로 방을 나오고 이때, 파트너는 학생이 답안지를 보도록 옆에서 부추깁니다. 실험을 진행한 후, 면담을 진행하며 이를 보고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이 답안지를 보지 않았는지, 아니면 보고 거짓말을 하는지 맞춰봅니다.

 

  실험에서 도출된 전형적인 사례로 필립이라는 학생은 면담을 하면서 답안지의 커닝 여부를 확인하는 중요한 질문을 답하는 부분에서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거나 혹은 침묵을 하는 등, 누가 봐도 답안지를 보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손쉬운 사람이었습니다. 반대로 루커스라는 학생은 똑똑하게 생겨서 말도 또박또박 잘했습니다. 즉, 누가 봐도 답안지를 보았음에도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할 수 없었지만, 그는 사실 답안지를 보았습니다. 

 

 이렇게 여러 학생들을 두고 거짓말 여부를 확인하였을 때, 흥미롭게도 진실과 거짓을 판별할 확률이 54퍼센트 즉, 평균에 수렴한다는 흥미로운 결론이 도출되었습니다. 

 

진실 기본값 이론 (Truth-Default Theory)

 애나 벨렌 몬테스의 경우나, 팀 러바인의 실험을 보면 우리는 누군가의 거짓을 판별하는 데 있어서 정말 형편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직업, 성별과 관계가 없었습니다. 여기서 팀 러바인은 이 이유가 사람의 본성이 진실을 기본값으로 두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 우리는 타인에 대해 판단할 때, 그 사람의 행동이나 말 등이 진실이라는 생각에서부터 사고를 시작한다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진실을 밝혀내는 데는 우연보다 유능하지만 반대로 거짓을 밝혀내는 데는 우연보다 훨씬 무능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누군가의 거짓말을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진실 기본값 모드에서 빠져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확실한 계기가 필요하며, 이 계기는 충분한 의심에서 시작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충분한 의심의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말 모든 정황이 맞아떨어져서 도저히 다른 답이 나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충분한 의심이 계기가 되어 거짓을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바보 성자와 같이 그 문턱 값이 매우 낮은 사람의 경우에는 아주 사소한 의심조차도 거짓을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즉 다시 결론으로 돌아오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타인의 거짓을 찾아내기 힘듧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진실을 기본값으로 두는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 이 글은 책을 읽고 작성한 개인적인 감상문입니다.